사람들과 어울리는 효과

사람들에게 ‘언제 웃으시나요?’ 물어보면 흔히 유머, 농담 등을 말하지만 실제 가장 많이 웃을 때는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이다. 메릴랜드대학의 로버트 프로빈은 ‘혼자 있을 때보다 다른 사람과 같이 있을 때 30배 더 많이 웃는다’고 하였다.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사는 배경에는 친구와 어울리는 능력도 큰 몫을 한다. 선진국 기준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 6년~ 8년을 더 사는데, 특이하게 남성이 여성만큼 오래 사는 곳이 있다. 이탈리아의 작은 섬에 있는 사르디니아 마을이다. 100세가 넘는 인구가 이탈리아 본토의 6배나 된다.

WSJ 저널리스트 수잔 핑커는 그 원인을 찾기 위해 이곳을 방문해 심층 조사를 했다. 집들은 빽빽하고 골목은 뒤엉켜 있어서 한마디로 환경이 좋다거나 부유하지 않았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사람들이 일생에 걸쳐서 대가족, 친구들, 이웃들, 술집 주인, 식품점 가게 등으로 늘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으며, 함께 어울리고 대화한다는 점이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장수의 원인이었기에, 이를 “마을 효과(Village effect)”라 불렀다.

하버드대학교 성인발달연구는 75년 동안 724명의 삶을 추적한 역대 최장 연구이다. 여기에서 얻은 교훈도 좋은 관계가 건강과 행복을 좌우한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방대한 분석 결과를 다음의 3가지로 압축하였다.

첫째, 가족, 친구, 공동체와의 교류가 긴밀할수록 행복하였다. 고립되어 있으면 외로울 뿐만 아니라 건강이 빨리 악화되고, 뇌 기능까지 일찍 저하되었다.

둘째, 친구가 얼마나 많은가 보다 관계의 질이 더 중요하다. 수백명의 SNS 친구 보다 속마음을 나누는 진정한 친구가 3명 있는 것이 더 낫다는 말이다.

또한 애정 없이 갈등만 잦은 결혼은 이혼보다 해롭듯이 나쁜 관계는 혼자 있는 것보다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 필자는 “나는 자연인이다”TV 프로그램을 가끔 본다. 산 속에 혼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이상하게도 다들 “지금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연구 결과와 배치되는 이들의 말에는 과거에 겪었던 나쁜 관계로 인한 상처가 있기 때문이다.

셋째, 좋은 관계는 몸뿐만 아니라 뇌도 보호해 준다. 관계가 좋을수록 80대에도 건강하며, 치매가 적을 뿐 아니라 기억력도 오래 유지되었다. 건강하고 ‘행복한 80대가 될 사람을 예측하는 최고 지표는 50대의 관계의 질’이었다.

의미 있는 또 다른 연구가 있다. 브리검 영 대학교의 줄리안 홀트-룬스타드 연구팀은 “무엇이 장수를 예측할 수 있을까?”에 대해 7년에 걸쳐 연구했다. 사람들의 식습관, 혈압, 운동, 흡연, 음주 등 다양한 면을 살펴보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건강과 장수를 결정하는 데에 유전자의 영향은 25%에 불과하며 75%는 전부 생활방식에 좌우된다는 점이다.

건강 장수에 영향력이 작은 것부터 보면 우선 고혈압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지는 중요 변수가 아니었다. 얼마나 운동을 하는가도 순위가 중간이며, 독감 백신을 맞는 것이 운동보다 더 중요했다. 그리고 가장 큰 예측 변수는 인간관계에 관한 다음의 2가지였다.

먼저 ‘당신이 어려움에 처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친한 사람이 있는가’ 이다. 다음은 ‘하루 동안 사람들과 얼마나 교류하는가’이다. 친한 사람, 친하지 않은 사람을 포함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가 이다. 같이 운동하는 동호회가 있는가? 산책을 하면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가? 독서 클럽 활동을 하는가? 이러한 변수가 건강 장수에 대한 가장 강한 예측 변수였다.

이상의 연구에서처럼 사람들과 어울리는 효과를 생각할 때, 오늘날 유행하는 소셜 미디어에 의한 교류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문자로 연락하는 것과 직접 만나는 것은 효과가 같을까?

신경과학자 엘리자베스 레드케이는 대면해서 대화를 나눈 그룹과 영상으로 보는 집단의 뇌 활동을 비교해 보았다. 여기에서 대면 접촉으로 어울리는 그룹에게는 건강에 좋은 옥시토신이 활발하게 분비되는 반면에, 비 대면으로 소통하는 그룹에는 옥시토신이 거의 분비되지 않았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의 중요성은 직장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 Gallup 연구에서 ‘직장에 친구가 있을수록 성과가 높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서로 대화하며 어울리는 사람이 많이 있을수록 스트레스를 이기며 업무 몰입도가 증대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의 중요함을 고려할 때, 요즘의 현실은 거기에서 자꾸 멀어지고 있다. 오늘날 인구의 약 25%가 함께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다고 말한다. 코로나 19를 지나면서 이런 현상은 더 심화되고 있다. 그렇기에 오늘날의 위기는 경제와 환경뿐만 아니라 ‘관계의 위기’란 점에 주목해야 한다.

연필을 만드는 흑연과 다이아몬드는 둘 다 탄소로 구성되어 있지만, 원자의 연결 방식이 다를 뿐이다. 사람들과 어울리고 교류하는 것에 힘쓰는 것은 삶에서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것과 같다. 지금 우리는 어울림이 줄어드는 단절의 골짜기를 지나고 있다. 코로나19를 지나면서 이 단절의 계곡을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을까?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컬럼은 "성과와 관계의 동시달성" 전문교육기관인[조직리더십코칭원]에서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