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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본] 실행(實行)이 답이다 등록일 2016.08.22 01:17
글쓴이 최상용 조회 576

 

실행(實行)이 답이다
황 경 식 (서울대 명예교수)

  요즘 헬조선(?)을 목격하면서 모두들 인성교육을 걱정한다. 사실상 조선조 500년 동안 유학자들이 부단히 힘써온 게 인성교육 아닌가? 유학은 처음부터 인성교육의 필요성을 전제하고 그 방법론을 성찰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오늘날 인성교육에서 가장 시급하고 요긴한 키워드가 무엇인가를 찾는 일이다.

  필자는 실천철학인 윤리학을 연구하는 사람으로 공부의 화두가 언제나 인성교육이다. 그래서 요즘 인성교육에 대해 글도 쓰고 강의 요청도 받기에 우리에게 당장 필요한 인성교육은 어떤 것인지 늘상 고민하고 있다. 도대체 우리에게 무엇이 부족했기에 나라 꼴이 이 모양이란 말인가?

인성교육이 부족한가?

  필자는 요즘 “세월호 이후의 인성교육”을 들먹이며 그 해답은 “실행(實行)이 전부이다.” 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세월호 이야기가 식상한 것이긴 해도 그에 빗대어 나름의 인성교육 방식을 풀어보고자 한다. 세월호 사건을 떠올릴 때마다 자신의 책임을 내팽개치고 속옷 바람으로 부들부들 떨면서 도망치고 있는 선장의 모습을 떠올린다. 어쩌면 나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자책감에 괴로워하면서 사실상 우리 모든 지식인의 자화상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은 비상시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 그 매뉴얼까지 잘 알고 있었지만 그대로 실행하지 못한 채 도덕적 실수를 범하고 만 것이다. 그래서 지금 회한에 몸부림치며 감옥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자신의 책임이 무엇인지를 알면서도 실행의 역량 부족으로 부정을 방조하는 우리 사회의 많은 지식인, 세월호 선장과 다를 바 무엇인가?

  조선 말 양대 전란으로 피폐해진 민생과 더불어 땅에 떨어진 도덕성을 두고 나라를 구제하기 위해 고심했던 다산의 상황과 우리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그는 지나친 이념 논쟁과 추상적 사변에 흐른 성리학을 비판하면서 실용(實用)과 함께 실행이라는 실학의 기치를 높이 들게 된 것이다.

  다산은 인의예지(仁義禮智)에 대한 공리공담보다 부모형제나 가까운 이웃에 손을 내미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사랑의 행위가 있는 다음(行事之後)에라야 인의예지의 실체가 생기고 열매를 맺게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행동의 결과는 다시 피드백되어 도덕적 행위자의 실행의지를 더욱 공고하게 하여 선한 성품 형성에 기여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비록 인간이 타고난 선성(善性)은 미약하지만 선한 행위가 누적되어 선행을 수행하는 실행의 역량이 강화됨으로써 드디어 선인(善人)이 될 수 있다는 게 다산의 생각이 아닌가 한다.

  다산이 힘써 따르고자 했던 원시 유학의 시조인 공자도 그의 어록인 「논어」의 서두에서 “배우고 이를 때때로 익히니 그 역시 즐겁지 아니한가”라고 했다. 논어의 맥락을 보완해서 의역해보자면 실상 공자는 남의 지식을 수용하는, 학(學)만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사(思)를 통해 진정한 배움이 이루어지며 이같이 배운 것을 반복 훈련하는 습(習)에 의해 아는 것을 몸으로 익혀야 결과적으로 실행(行)이 자유롭고 즐거워진다는 것이다.

인성교육의 핵심은 습관화와 실행에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배움의 최종 목표가 실행 즉 行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배운 것이 내면화, 내재화되고 자기화되어 체득(体得)되고 체화(体化)되는 습(習)의 과정이 핵심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새로운 인성교육의 핵심은 습관화와 실행에 있다.

  논어에도 인간의 본성은 서로 비슷하나 습관으로 인해 달라진다고 했다. 습관을 통해 실행의 역량이 쌓이고 그래서 도덕적 행위를 억지로가 아니라 기꺼이 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덕(德;virtue)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덕은 실행의 역량인 동시에 행복의 기술이라 할만하다.

  오늘날 우리 아이들은 공자가 말한 학사습행(學思習行) 네 가지 중에서 남의 지식을 주입하고(input) 암기하는(memory) 그래서 언젠가 시험지에 쏟아내는(output) ‘불완전한 컴퓨터’로 길러지는 교육을 받고 있다. 어둡고 긴 입시터널 속에서 그들은 스스로 생각할 여유는 물론이고 몸에 익혀서 실행할 기회도 없이 주인처럼이 아닌 머슴처럼, 시키는 대로 사는 인생을 시작하고 있는 셈이다. 과연 그들은 교육의 수혜자인가, 아니면 피해자인가.

  이같이 인생을 시작하다 보니 우리는 모두가 집단 우울증에 빠져 불행한 인생을 살고있는 것이 아닌가. 실상 우리의 물질생활은 조선조 왕자나 공주보다 훨씬 낫지만 결코 행복이 무엇인지 모른다.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이 있어도 우리는 결코 즐겁지가 않다. 이참에 우리의 인생관이 어디에서 고장난 것인지 곰곰이 성찰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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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황 경 식

· 서울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
· 꽃마을 한방병원 이사장
· 한국철학회 회장 역임

· 저서
〈정의론과 덕윤리〉, 아카넷, 2015
〈사회정의의 철학적 기초〉(수정재판), 철학과 현실사, 2013
〈철학, 구름에서 내려와서〉, 동아일보사, 2001
〈시민공동체를 향하여〉, 민음사, 1997
〈사회정의의 철학적 기초〉, 문학과 지성사, 1986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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