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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파산' 박준영 변호사, 그를 기다리는 사연들 등록일 2016.12.01 04:19
글쓴이 최상용 조회/추천 1081/14

 

'파산' 박준영 변호사, 그를 기다리는 사연들

선배 변호사 장성근이 박준영 변호사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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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준영 변호사
 박준영 변호사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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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무실은 302호. 사무실이 집 가까이 있다 보니 가끔 퇴근 이후 잠시 들를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옆방 301호 박준영 변호사의 사무실에는 불이 켜져 있다. 토요일 오후에도, 심지어 일요일에도 301호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본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아니 이 친구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어 잔소리를 시작하게 되었다. "일찍 퇴근해라", "주말은 가족과 함께 보내라".

그런데 어느 날 그 사무실에 변화가 시작됐다. 직원들이 사라지고 월급 안 주는 박준영의 아내가 사무실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급기야 텅 빈 사무실이 되었다. 주인이 있는 듯 없는 듯. 그러다 가끔 301호에 인기척이 느껴지면 반가운 마음에 문을 열고 들어가게 된다. 문을 열고 들어간 301호엔 여기저기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청소를 안 해 쓰레기장이 따로 없다.

직원이 없어, 함께 이야기할 상대가 없어 외로운 걸까. 나에게 진행하고 있는 사건 기록을 보여주며 내용을 설명하는데 갑자기 언성이 높아진다. 검사실에서 만든 이 서류가 허위로 작성되어 있다고. 서류를 읽어 보면 모든 범죄 사실을 자백하는 답변이 기재되어 있지만 그 조사 과정을 녹화한 실제 영상을 조사했더니 서류 내용이 모두 엉터리라고. 범죄를 자백하는 것으로 취급해서는 안 되는데 잘못되었다고. 재판을 진행하는 법원에는 왜곡된 증거가 접수되고 유죄가 선고되었으나 실제로는 강압 수사를 통해 억지로 만들어 낸 억울한 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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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료는 제대로 받고 하느냐" 물었더니 그냥 웃고 만다. 결국 박준영 변호사의 치열한 법정 투쟁 끝에 억울하게 옥살이했던 사람은 그 이후의 재판에서 무죄를 받았고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사건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그를 세상에 알린 수원노숙소녀살인사건 이야기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는 무기수 김신혜 사건 등을 맡으며 진짜 파산 변호사의 길로 들어선다.

이때만 하더라도 그는 유명세를 타기 전이었기에 나를 비롯한 주변 동료 변호사 몇 명이 형식적이지만 공동 변호인으로 함께 이름을 올리고 마음으로나마 응원했다. 그 이후 그의 입에서 나오는 첫마디는 "인권"이니, "국가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지 하는 말이었다. 사건을 파고들면서, 억울한 피해자들을 만나면서 박준영 변호사는 끊임없이 이 나라 사법 체계와 국가 권력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굳게 닫힌 301호의 남자를 기다리는 고단한 사연들

 박준영 변호사
 박준영 변호사가 받은 편지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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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알고 있다시피 그의 사무실 문은 늘 잠겨 있다. 사건현장을 누비느라 사무실에 붙어 있을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잠긴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끊이질 않는다. 항상 문이 열려 있고 손님도 별로 없는 옆집 302호에서 모든 우편물을 대신 수령할 수밖에 없다. 먼 곳에서 온 사연 많은 분들은 허탕을 치고 그냥 돌아갈 수 없기에 302호에서 빈 종이와 테이프를 빌려 간절한 내용의 메모를 301호에 붙여 놓고 간다. 301호의 문 앞에는 억울한 이들의 눈물이 넘쳐난다. 한국 사회 어디에도 하소연할 수 없었던 그 마음들이 301호 앞에 서성거린다.

최근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15세의 어린 나이에 10여 년간 억울한 징역살이를 한 최아무개씨의 재심 판결 선고 현장에 동행했다. 진범으로 추정되는 인물까지 이미 밝혀진 터라 전날 저녁을 다 같이 함께하며 무죄 선고에 대한 얘기를 주고 받았다. 얼마 전 삼례사건 재심에서 무죄 받은 분과 그 가족들도 마치 본인의 일인 것처럼 흥분했다.

판결 선고일, 법정에는 많은 취재기자들이 포토타임을 가지고 있었다. 법원에서 어떤 설명으로 이 아픈 역사를 설명할지 내심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도 되었다. 재판장의 몇 마디는 의외로 간단했다. 이번 사건 유감이고 앞으로 열심히 살아가라는 평범한 얘기 끝에 무죄를 선고했다. 10여 년의 옥살이를 했던 억울한 피해자의 삶에 '유감'이란 표현은 아픈 세월을 치유하기에 건조한 말이었다.

박준영 변호사는 배려심 없고 비인간적인 재판부에 대해 분노의 언어를 거침없이 뿜어냈다. 피해자들을 대변하고, 국가권력의 허점을 짚어내는 모습과 사무실에서 묵묵히 일만 했던 박준영의 모습. 박준영이란 사람 뒤에 숨은 두 가지 얼굴은 사법기관이 만들어 낸 모습이리라.

 재판 준비 중인 박준영 변호사
 재판 준비 중인 박준영 변호사
ⓒ 파산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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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뉴스나 소문 등을 통해 강압 수사나 날조된 서류를 맹신해 편하게 오판을 내린 한국 최고 엘리트들의 판결을 접해 왔다. 하지만 내 주변의 일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박 변호사를 만나고 나의 생각은 달라졌고, 반성했다. 수사와 재판이라는 거대한 힘에 의해 한 사람 아니 그 가족, 그 인생이 송두리째 망가졌다. 자신을 표현하는데 매우 서툰 이들을 대변해 박준영 변호사는 당사자들이 표현하지 못하는, 깊은 곳에 감춰진 울분을 대신 토해냈다.

강압수사, 하소연을 들어주지 않는 냉대, 장기간의 어처구니없는 옥살이는 그 당사자나 가족까지 무력하고 수동적인 인생을 살아가도록 했다. 아무 잘못 없이 억울하게 옥살이했다는 진실을 잘 알고 있는 재판부에서 과거의 잘못된 수사와 허술한 재판, 황당한 상황에 부닥친 피해자와 그 유족에게 뭐라도 한마디 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하늘 아래 오직 법원만 믿고 진실이 밝혀질 수 있으리라 의지해 온 애처로운 이들에게 가슴에 와 닿는 속 시원한 멘트를 날려줘야 사람 사는 세상 아니겠는가?

억울한 이들이 없어지는 그 날까지
박준영 변호사 사무실은 오늘도 불이 꺼져 있고 문도 잠겨있다. 지금 어느 곳에서 또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겠지. 또 다른 억울한 이들의 이야기에 분노하고 있겠지. 이 땅에 재심을 해야 하는 분들이 없어질 때까지 박준영 변호사의 활약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까지 많은 이들이 박준영 변호사를, 재심사건의 억울한 피해자들을 응원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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