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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사람들 배불리 먹이고 싶어서 13년째 김밥 천 원에 팝니다 등록일 2021.01.11 17:38
글쓴이 최상용 조회/추천 168/1

 

 

사람들 배불리 먹이고 싶어서 13년째 김밥 천 원에 팝니다

 

 

[월간 옥이네 - 인터뷰] 충북 옥천읍에서 '김밥천냥' 운영하는 박순자씨의 따뜻한 뚝심

[월간 옥이네]

시간이 흐르면 많은 것이 변하고 흐지부지된다. 오죽하면 누군가 '초심(初心)을 지키는 일이란 전설 속 동물을 만나는 일보다 어렵다'고 말했을까.

하지만 우리는 알 수 있다. 초심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어 삶은 조금 더 따뜻하고 외롭지 않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사실 한결같은 마음이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존재할지도 모른다. 사계절 내내 장에 나와 같은 좌판을 벌이는 상인의 마음도, 매일 같은 시간 출발하는 버스 기사님의 마음도, 일하러 가기 위해 첫차에 올라타는 승객의 마음도, 승객의 손에 들린 천 원짜리 김밥 한 줄의 고소한 맛도. 모두 다 우직하게 지켜온 한결같음이다.

충북 옥천읍 시내버스 종점과 옥천장이 창문 밖으로 바로 내다보이는 곳. 부지런히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는 한복판에서 '김밥천냥'을 운영하는 박순자(64, 이원면 의평리)씨는 13년 전 싼 가격으로 사람들을 배불리 먹이고 싶다는 일념으로 김밥 장사를 시작했다. 여전히 그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마음으로 손님을 대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 한결같은 마음의 비결은 무엇일까.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긴 세월 동안 변하지 않은 손맛의 비결은?

'천냥'에 담긴 마음  
   
 김밥천냥
ⓒ 월간 옥이네
 
"사람들이 뚝심 있다고 하지요. 13년 동안 어떻게 가격을 올리지 않았느냐고. 근데 나는 욕심을 조금 줄이면 많은 이들이 적은 돈으로 배불리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런 마음으로 여기에서 십삼 년째 김밥을 말고 있네요."

김밥천냥. 가게 이름처럼 김밥 한 줄의 값은 13년째 그대로 '천냥'을 유지한다. 가격을 올리지 않는 이유를 묻자, "내가 그러고 싶어서"라는 사장님의 시원하고 명쾌한 답이 돌아온다. 주변 사람들은 사장님에게 뚝심이 있다고 말하지만, 사장님은 '초심'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가격을 올리지 않는 건, 나름의 초심을 지키면서 장사하는 방법이지요. 이 가게를 인수해서 장사를 시작할 때 싼 가격으로 옥천 사람들을 배불리 먹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운영하면서는 그 마음 변하지 않고 한결같이 손님을 대하고 싶다고 생각했고요."

변하지 않은 것은 가격뿐만이 아니다. 박순자씨가 이곳을 인수해 장사를 갓 시작했을 때부터 단골이었다는 주택종(73세, 옥천읍)씨는 13년 동안 이 가게의 세 가지가 변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첫 번째는 가격이 변하지 않았고, 두 번째는 맛이 변하지 않았고, 세 번째는 김밥 싸주는 사장님 착한 마음이 변하지 않았지요. 강산은 변했어도 인심 좋은 사장님이 싸주는 맛있는 김밥을 여전히 천원에 먹을 수 있다는 기분 좋은 얘깁니다. 그러니 이곳을 찾는 손님들도 13년째 그대로지요."

박순자씨의 부지런한 하루
 
 김밥천냥
ⓒ 월간 옥이네
  
 김밥천냥
ⓒ 월간 옥이네
 
새벽 4시 30분, 박순자씨는 이곳의 문을 연다. 전날 저녁에 미리 손질해놓은 재료를 정리하고 잔치국수, 만둣국에 들어갈 육수도 불에 올린다. 고슬고슬 익은 밥을 고소하게 비벼놓고 동이 틀락 말락 한 창밖을 바라보며 김밥을 말기 시작한다.

부지런한 사람에겐 슬금슬금 하루가 시작되는 새벽 5시, 손님들이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선다. 몇 년째 같은 시간 첫차에 오르기 위해 이곳을 찾는 사람, 출근길 운전하며 먹을 아침을 사가는 사람, 공사장 인부의 새참을 사가는 사람, 시집간 딸네 집에 가기 위해 경부선 첫차를 타러 가는 사람도 가게 유리문에 붙은 종을 울린다.

그렇게 손님들의 발길은 저녁 7시 30분까지 이어진다. 고개만 빼죽 내밀고 김밥이 든 봉지를 받아가는 단골, 멋들어지게 차려입고 홀로 가게를 찾아온 여행객, 어느새 고등학생이 되어버린 꼬마... 장날 김장거리를 사러 나온 단골손님은 잠시 들러 김장 걱정을 털어놓고, 오랜 친구는 박순자씨와 나눠 먹을 따뜻한 '도나쓰'(도너츠)도 봉투 한가득 담아 온다. 동네 청년이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와 파인애플을 입에 넣어주기도 한다.

그뿐이랴. "천 원짜리 좀 바꿔주세요", "김장할 때 고춧가루 어디서 사야 맛있댜?", "요즘 장날에 그거 파는 사람 나온대유?", "버스 시간이 어떻게 돼남?" 천냥이라는 가격이 주는 편안함만큼 이곳은 어느새 읍내를 찾는 사람들이 마음을 털어놓는 사랑방이 됐다.

"나도 동이면 세산리에서 태어나 자랐고 지금까지도 이원에 살아요. 여기 오는 동세 사람들은 조금만 얘기해보면 다 통하는 얘기를 하잖아요. 그러다 보면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인연이 되고, 아는 얼굴이 되고 마음 열고 살게 되는 거지요. 장사하다보면 그런 재미도 있지요. 매일 보는 사람하고 얘기하고, 오일장 서는 거 보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 보면 옥천은 이전에 비해 많이 변하지는 않은 것 같아."

두 사람이 한 사람의 마음으로

2008년, 박순자씨는 아는 사람이 운영하던 김밥천냥을 인수했다. 다소 갑작스러운 제안이었지만 예전부터 요리하길 좋아했고 가게 위치도 마음에 들었다. 이전까지 그는 이원면 의평리에서 복숭아와 포도 등 주로 과일 농사를 지었다. 그리 큰 땅은 아니었지만, 그는 그간 성실하게 해왔던 농사도 계속 해나가며 가게 운영도 하고 싶었다.

그때 떠오른 사람이 바로 동네에서 가장 마음이 잘 맞는 친구이자 지금의 동업자가 된, 조연옥(64, 이원면 의평리)씨다. 박순자씨는 조연옥씨를 찾아가 농사도 지으면서 함께 장사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 물었다.

"그 친구랑 나랑 마음만큼 손맛도 잘 맞아서 사람들은 한 사람이 김밥 싸는 줄로 알 거예요. 우리는 같이 운영하면서 그 흔한 말다툼도 한 번 한 적이 없어요. 우리가 잘 맞는 이유는 첫째는 서로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는 것, 두 번째는 같이 일하려고 알게 된 사이가 아니라 오랫동안 알고 자매처럼 지내다 함께 일을 시작했기 때문이에요."
 
 김밥천냥
ⓒ 월간 옥이네
 
박순자씨와 조연옥씨는 격일로 근무하며 서로 필요한 부분을 채워간다. 가게에 나오지 않는 날은 각자의 집안일과 농사일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나무를 솎고 또 열매를 따고, 같은 동네에 살기에 서로의 집안일도 농삿일도 속속들이 알고 지낸다. 그렇게 두 사람의 하루가 이곳에서 모여 하나의 삶의 모습으로 포개진다.

"농사도 같이 하는 이유는 뭐든 큰 욕심을 내지 않으려고 그러는 거지요. 하나에만 집착하게 되면 결국엔 욕심이 생기잖아요. 같이 하는 일에 누구 한 명 욕심을 부리면 의가 상할 수밖에 없고요. 우리는 큰 이익보다 그냥 많이 파는 재미, 사람들 배불리는 재미로 하는 거예요."

박순자씨가 말하는 앞으로의 목표는 "이 가격을 유지하며 맛있는 김밥을 제공하는 것". 그 마음을 손님들도 아는지, 대전에서도 영동에서도 오래 전 옥천을 떠난 사람들도 종종 이곳을 찾는다.

"이 맛을 기억하고 오래오래 찾아오는 손님들을 보면 보람 있지요. 그런데 값이 싸다고 해서 맛 없는 걸 팔면 되겠어요? 계속 신선하고 건강한 맛으로 승부해야지요."

박순자씨와 조연옥씨의 장사 철칙은 남은 재료는 절대 다시 사용하지 않는 것. 그날 싼 김밥은 그날 다 판매하는 것. 욕심내서 많은 메뉴를 팔기보다 자신 있는 몇 가지를 추려 신속하고 맛있게 사람들의 배를 채워주는 것이다.

단골손님 얼굴을 볼 때 마음이 든든하다는 박순자씨, 사람들이 자라기도, 늙어가기도 하는 모습을 볼 때 인생의 재미와 보람을 느낀다는 조연옥씨. 그들은 오늘도 13년 전 처음 이곳의 문을 열던 마음을 떠올리며 남들보다 조금 이른 새벽, 하루의 불을 켠다.
 
 김밥천냥
ⓒ 이주영
 
월간 옥이네 2020년 12월호(통권 42호)
글·사진 서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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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월간 옥이네 12월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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