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심장은 여전히 뛰고 있겠죠”… 뇌사 5세, 3명에게 새 생명장기기증하고 떠난 전소율양[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고 전소율 양, 서울대병원서 심장·신장 기증하고 하늘로
▲ 장기기증하고 떠난 전소율양[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사고 뒤 뇌사 상태에 빠진 5세 여자아이가 장기 기증으로 다른 환자에게 새로운 생명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전소율(5) 양이 지난달 28일 서울대병원에서 심장과 좌우 신장을 환자 3명에게 기증하고 숨졌다고 2일 밝혔다.
전 양은 3세이던 지난 2019년 키즈카페에서 놀다가 물에 빠지는 사고를 당했다. 그 뒤 뇌가 제 기능을 못 하게 된 상태에서 2년간 집에서 투병 생활을 했다.
전 양은 투병 생활 기간 코를 통해 음식물을 투입해 오다가 위로 직접 튜브를 연결하는 수술을 앞두고 있었다.
검사를 위해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갑자기 심정지가 왔고, 이후 뇌사 상태를 판정받았다.
전 양의 아버지인 전기섭(43)씨는 이번 장기기증에 대해 “한 줌의 재가 되는 것보다는 심장을 기증해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심장을 이식받은 아이가 살아 있는 동안 소율이의 심장도 살아 있는 것으로 생각하니 많은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전 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전 양에 대해 ‘기적처럼 찾아온 아이’라고 전했다.
의료진은 전 씨 부부에게 시험관 시술도 어려울 것이라고 했으나, 결혼 3년 만에 아기가 생겼다.
전 씨는 딸이 놀이터를 아주 좋아했다고 전했다. 전 양은 하루 2∼3시간을 놀이터에서 지내고, 그네를 타면서 웃던 명랑한 아이였다.
전 씨 부부는 딸이 영상으로 본 발레리나를 곧잘 흉내 내, 나중에 발레리나로 키우려고 생각하기도 했다.
전 씨는 “처음 사고가 났을 때 의료진이 뇌사에 가깝다고는 했지만, 병원을 옮기고 차츰 좋아져 희망을 품기도 했다”며 “아이의 심장이 뛰고 있는 한 기적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다”고 회상했다.
특히 전 양의 어머니가 딸의 투병 기간에 암으로 세상을 뜬 사연도 전해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전 양의 어머니는 앞서 폐암 진단을 받았고, 암 투병 중 딸의 사고를 접했다.
전 양의 아버지는 홀로 24시간 딸을 간호하면서도, 국가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도 없었다.
다만 전 씨의 회사 사장이 이런 사실을 알고 배려해, 전 씨는 직장을 잃지 않고 전 양을 돌볼 수 있었다고 했다.
전 씨는 “중증장애아동 돌봄 서비스가 있는데, 딸의 나이가 어리기도 하고 의료행위도 해야 해서 돌봄 인력과 매칭이 안 됐다”며 “중증 장애아동을 돌보는 사람을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 씨는 또 “소율이의 심장을 이식받은 아이가 수술이 잘 됐는지, 잘 지내고 있는지 정도의 소식이라도 들었으면 좋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소통도 어렵다”고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기증원 측은 장기 기증으로 3명의 생명을 살렸으며, 기증을 결정한 유가족에게 감사를 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