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탄사가 많은 사람

                                                                  김영기

울릉도 관광 중에 가이드가 “울릉도에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뿐만 아니라 대학도 있습니다”라고 안내하자, 관광객들이“와~”하고 탄성이 터졌다. 그러자 가이드가 말했다. “노인대학입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현재의 순간을 음미하고 감탄하는 사람과, 온갖 딴 생각으로 눈앞의 현재를 음미하지 못하는 사람. 장미꽃을 보거나 맑은 새 소리를 들으면서 “참 멋지네~~”하고 감탄하는 사람과 별 반응이 없는 사람이 있다. 친구의 말을 들으면서도 “와! 참 멋진 말이네~~”하고 공감해 주는 사람과 건성으로 들으며 딴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을 ‘제1의 선(善)’이라고 했는데, 그 행복을 느끼는 데의 핵심 능력이 현재의 사물이나 사람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 능력의 존재 여부가 바로 행복한 사람과 행복하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는 분수령이 된다.

아침을 먹으면서 출근길이 막힐까 걱정하고, 이동 중에는 직장에 도착해서 해야 할 일을 생각하고, 그 일을 하면서는 점심시간을 생각하고, 퇴근 후에는 다음 날 아침을 생각하면서 잠자리에 드는 것이 사람들의 모습이다.

이런 사람은 음식의 맛도 느끼지 못하고, 창밖의 경치를 놓치며, 점심시간의 대화에서 친구의 속마음을 경청하고 공감해 주지 못한다. 현재를 음미하며 순간순간의 작은 현상에 감탄하는 것은 많은 소유를 가진 것 못지않게 귀한 행복의 자산인 것은 분명하다.

음식이 맛있으면 참 맛있다고 감탄하며 먹어야지, 오면서 ‘생각해보니 그 집 밥 맛있었네’라고 한다면 행복은 줄어들지 않겠는가? 카르페 디엠, 한마디로 그 순간을 느끼고 마음껏 표현하며 즐기는 것이 행복한 삶의 중요한 기술이다.

“우리의 생각은 온통 과거 또는 미래에 사로잡혀 있으며, 현재를 거의 음미하지 못한다. 과거와 현재는 우리의 수단이고, 단지 미래만이 우리의 목적이 되고 있다. 우리는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를 바라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항상 행복하려고 준비하고 있으니 결코 행복할 수 없다.” 현재를 놓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파스칼이 <팡세>에서 지적한 말이다.

아방가르드 음악가 존 케이지는 <4분 33초>라는 음악을 작곡했다. 작곡이라 하지만 이 작품의 연주자는 무대에서 곡을 연주하지 않는다. 무대에 걸어가 피아노에 조용히 앉아서 총 3구간의 악보 사이에 오직 피아노 뚜껑만 여닫는다. 4분 33초가 지나면 그는 조용히 일어나 걸어 나간다. 관객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당황해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의 의도는 신선하다. 정적의 공간에서도 우리가 귀 기울이면 어떤 소리든 들리게 된다. 새 소리, 교회 종소리, 심지어 심장 박동 소리까지. 우리 주변의 아름다운 소리에 마음과 귀를 열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인은 자연이나 주변의 사물에 관심 갖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디지털 기기 때문이다. 공원 산책에서도 스마트 폰을 보느라 야생화와 청아한 새소리를 놓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세상의 소음보다 자연에 귀 기울이고 음미하면, 감탄사가 넘치고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산책길에서 매일 보는 풍경들도 볼 때마다 조금씩 다르다. 오늘의 배롱 나무는 어제와 다르고, 개구리 울음 소리도 비 오는 날에는 또 다른 소리로 다가온다. 가까이 다가가야 볼 수 있는 자그마한 들꽃, 비 온 뒤 아침의 청정한 공기 내음, 싱그러운 새소리와 풀벌레 소리, 스치는 바람에 일렁이는 나뭇잎 소리. 이 얼마나 가슴 설레는 기쁨인가.” <귀 기울이면 들리는 소리>에 소개된 최준배 작가의 행복한 순간이다.

행복은 하루의 불꽃 축제보다 364일의 산책·대화에 있다. 승진이나 로또 복권처럼 한 번의 강렬한 경험보다는 소소한 일상에서의 작은 느낌들이 행복을 만들어 준다.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닌 빈도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브릭먼(Brickman)은 미국 일리노이주의 복권 당첨자 22명의 행복도를 조사해 보았다. 조사 결과, 복권 당첨자들은 그런 불꽃을 경험하지 못한 이웃에 비해 일상의 작은 일들(아침 식사, 정원 가꾸기, 친구와 대화 등)에서 즐거움이 줄어 들었다. 한번의 강렬한 경험이 일상의 작은 즐거움들을 둔화시켜 버렸기 때문이다.

인생의 극적인 경험이 행복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이유 중에 중요한 것은 ‘극적인 경험은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가끔 있는 불꽃 축제만이 행복이면 나머지 364일은 그저 무료한 나날이 되지 않겠는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으로 소확행(小確幸)이라는 말이 쓰이고 있다. 작다고 무시하기 쉬우나, 행복한 삶의 관건은 대확행(大確幸)에 있지 않고, 소확행을 놓치지 않는 데에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거창한 것이 아닌 일상의 작은 경험에서 의미와 기쁨을 음미하는 것이 행복한 삶의 핵심 원리이다.

행복과 기쁨을 강화하는 유용한 방법이 있다. 그 느낌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다. 뇌 과학자들은 사람이 뇌를 다쳐 언어 영역이 손상되면 생각과 감정이 함께 없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생각과 감정은 언어에 의해 저장되기 때문이며, 이를 NLP(Neuro Linguistic Programing) 이론으로 확립한 바 있다.

소확행의 순간에 “와! 멋있네”, “야! 상쾌하네”, “참 아름답네”등의 느낌을 소리 내어 말하면, 그 느낌이 배가 된다. 학생시절 단어 외울 때에 소리 내어 귀로 들으면서 공부하면 효과가 좋은 것도 NLP와 관련이 있다.

살면서 우리는 “현재에 집중하고, 작은 것에 기뻐하자”는 말을 수 없이 들어 왔지만, 이를 잊어버리고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이 문턱을 넘어서 행복을 습관화 할 수 있는 슬로건이 “감탄사가 많은 사람이 되자”이다.

 이 컬럼은 "성과와 관계의 동시달성" 전문교육기관인[조직리더십코칭원]에서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