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 류시화 시가 될 첫 음절, 첫 단어를 당신에게서 배웠다 감자의 아린 맛과 무의 밑동에서 묻은 몽고반점의 위치와 탱자나무 가시로 다슬기를 뽑아 먹는 기술을 그리고 갓난아기일 때부터 울음을 멈추기 위해 미소 짓는 법을 내 한 손이 다른 한 손을 맞잡으면 기도가 된다는 것을 당신은 내게 봄 날씨처럼 변덕 많은 육체와 찔레꽃의 예민한 신경을 주었지만 강낭콩처럼 가난을 견디는 법과 서리를 녹이는 말들 질경이의 숙명을 받아들이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내 시는 아직도 어린 시절 집 뒤에 일군 당신의 텃밭에서 온다 때로 우수에 잠겨 당신이 바라보던 무꽃에서 오고 비만 오면 쓰러져 운다면서 당신이 일으켜 세우던 해바라기에서 오고 내가 집을 떠날 때 당신의 눈이 던지던 슬픔의 그물에서 온다 당신은 날개를 준 것만이 아니라 채색된 날개를 주었다 더 아름답게 날 수 있도록 하지만 당신의 경사진 이마에 나는 아무것도 경작할 수 없다 삶이 파 놓은 깊은 이랑에 이미 허무의 작물이 자라고 있기에 - 류시화 시집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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