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처럼 어려운 이웃을 돕는 민관 협력 복지 사업이 2013년과 2014년 각각 5만4189건과 5만3455건에서 지난해엔 6만933건으로 늘었다. 방문규 복지부 차관은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복지 정책을 펴고 있지만 각 지역의 복지 수요를 다 채우긴 어렵다"면서 "민관 협력사업은 '복지 사각지대'의 틈새를 메우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 청소를 해주거나 도시락 배달을 하는 동네도 있다. 지난 20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의 한 빌라에선 '청소 대작전'이 벌어졌다. 뇌병변을 앓는 김민석(가명·49)씨 집에 이웃 주민 6명과 자활기업 휴먼컨스 직원 5명이 출동해 오래 청소를 못 해 음식물 썩은 냄새가 진동하고, 바퀴벌레·구더기까지 출몰하던 집을 말끔히 정리했다. "어휴, 가슴이 다 후련하네요. 완전 다른 방이 됐지요?" 김씨가 "고맙다"고 하자 심상민(56) 매탄 1동 주민복지협의체 위원장은 "나도 뿌듯하다"고 말했다.
22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한 시골집에선 김미옥(가명·84)씨가 최성희 시민자원봉사연합회 부회장과 권대호 고양시 주무관을 반겼다. 콘크리트벽에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집이 한 채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제외된 김씨는 자원봉사자들의 도시락 배달이 없으면 끼니 해결도 어려운 형편이다.
이 연합회는 고양시와 2011년 협약을 맺고 김씨처럼 어려운 처지의 노인 94명에게 매일 점심 도시락을 배달한다. 최 부회장은 2013년 말 도시락 배달을 하다 집에서 홀로 쓰러져 있던 김씨를 발견하고는 병원으로 옮겨 목숨을 구하기도 했다. 권 주무관은 "우리 주변엔 수급자가 아닌데도 어렵게 사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면서 "연합회와 함께 도움을 드릴 수 있어서 공무원으로서 큰 행운"이라고 했다.
◇공동체를 살리는 이웃들의 힘
지역 주민을 준(準) 복지 전문가로 양성해 어려운 이웃을 돕는 곳도 있다. 2010년부터 '희망 매니저' 사업을 벌이는 경기 남양주시에선 보건·복지 서비스 교육을 받은 시민이 독거노인 말벗이나 집 안 청소를 돕는 일에서부터 복지 상담이나 간단한 행정 업무까지 지원하고 있다. 지금껏 총 206명의 희망 매니저가 소외계층 459가구를 돕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에선 구민 봉사자 1182명으로 구성된 희망복지위원회가 독거노인을 돕는 '보듬누리' 활동이 한창이고, 서울 서대문구는 형편이 어려운 가구의 위치와 도움을 필요로 하는 내용 등을 전산 자료에 입력해 지역 주민과 복지기관 등이 돌보는 '서대문 행복맵'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민관 협력 복지사업은 정부나 각 지자체의 행정력만으로는 실행하기 어려운 일들을 이웃 주민들의 힘을 보태 해결하고 있다는 게 공통점이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사회복지 예산이 경제 규모에 비해 부족한 상황에서 '복지 공백'을 메우는 사업들이 늘어나는 건 긍정적인 현상"이라며 "특히 주민 참여를 유도하는 협력 사업은 주민들의 시민 의식을 고양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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