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 아줌마가 엄마였으면 좋겠어요."
서울 관악구가 운영하는 공동생활 가정 '그룹홈'에 사는 A(11)양이 송파경찰서 변필순(여·42) 경사를 꼭 끌어안았다. A양은 변 경사가 내민 머리핀을 받아 들더니 "태어나 처음으로 선물을 받아봤다"고 울먹였다. 남동생(8)은 "저도 커서 아줌마처럼 좋은 경찰관이 되고 싶다"고 했다.
A양 남매는 변 경사를 만나기 전까지 송파구에 있는 24시간제 어린이집에서 살았다. 남매의 부모는 2010년 이혼했다. 엄마는 그 얼마 뒤 재혼해 연락을 끊었고, 아빠도 2012년부터 아이들을 찾지 않았다.
A양 부모는 보육비를 내지 않았지만, 어린이집 원장의 배려로 남매는 어린이집에서 살면서 학교도 다녔다. 그러나 남매의 학교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A양은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고 남동생도 지난해 10월부터 학교에서 '죽고 싶다'고 소란을 피우는 등 이상 행동을 보였다고 한다.
이에 학교에서 학교 전담 경찰관(SPO)인 변필순 경사에게 도움을 청했다. 남매를 만나본 변 경사는 아이들이 심리검사를 받도록 주선했다. 심리검사에선 '누적된 애정 결핍에 따른 장기간 심리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남매는 구청에서 지원해줘 심리 치료도 받을 수 있었다.
변 경사는 남매가 누군가로부터 선물을 받아본 적이 없단 이야기를 듣고 남매를 만날 때마다 과자와 크레파스, 연필 등을 손에 쥐여줬다. 지난해 12월엔 남매가 방과 후 수업을 받지 못한다는 소식을 듣고 학교 측과 협의해 월 20만원 수업료를 면제받을 수 있게 도왔다. 올해 1월엔 구청 등과 논의를 거쳐 남매를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해 월 90만원씩 지원받을 수 있게 했다.
남매는 지난달 29일부터 서로 10분 거리에 있는 남·여아용 그룹홈에서 살게 됐다. 그룹홈은 어린이 4~5명이 어른의 보살핌을 받으며 지내는 곳이다. 변 경사는 "아이들이 가정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곳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게 필요해 보였다"고 했다. 변 경사를 만나 심리 치료를 받으면서 A양은 부쩍 밝아졌고, 동생의 이상 행동은 사라졌다. 변 경사는 "내게도 중학생 아들과 초등학생 딸 남매가 있어서 아이들의 처지가 남의 일 같지 않았다"며 "밝아진 아이들 얼굴을 보면 피로가 싹 가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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