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힘: 이 글은 필자가 속해있는 "공론동인회"에서 출간한 "행복의 여울목에서(2013,한누리출판사)"란 수필집에 기고하여 실린 글인데, 며칠전에 한국인권신문과 월간가족에 실린 것을 알았습니다. 시간나시면 읽어봐 주시기 바랍니다] [월간 가족 제6호] 1/N, 가격(價格)은 나누지만, 가치(價値)는 나누지 마라! 한국인권신문 ㅣ 기사입력 2015/01/28 [00:56] [한국인권신문=신용선 (사)한국제안공모정보협회 회장] 사회가 복잡해지고 다원화(多元化)될수록 그와 비례하여 매사(每事) 무엇이든 아주 쉽게 해결하려는 사회적 현상이 나타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일예(一例)로 요즘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휴대폰 은어(隱語)와 축약어(縮約語)는 어디에서 연유된 것인지 우리말이 맞는지 국적불명을 떠난 그 용어들은 50, 60대 이후 세대는 도대체 이해가 불가능하다. 이러한 현상은 모든 생활에서 스피드와 박진감, 스릴(thrill)을 느끼려는 세대의 특징으로 매사 ‘빨리빨리’ 그리고 ‘한순간에 이해되고 통(通)해야 갈증이 풀리는 N세대’의 문화코드일 것이다. 1/N, N분의 1이다. 1/N은 젊은 세대들 무엇이든 빨리빨리 합리적으로 해결하려는 동기에서 수학적인 공식을 빌어 생활화하고 있는 것 같다. 1/N은 전체 크기를 구성원 수(數)로 나누어 구성원 각자가 똑같은 몫을 나누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의 순수한 말은 “갹출한다”이다. 요즘은 어디 가나 자주 1/N을 사용한다. 동창모임이나 가족모임 등에서 단체적으로 행사를 치르고 비용분담을 공동으로 지불해야 되는 자리가 생기면 으레 ‘N분의 1’로 하자고 한다. 굳이 영어로 옮기면 “Dutch pay”라고 말하지만 정확한 표현은 “go Dutch”이다. ‘각자 인원수대로 자기 해당분은 자기가 지불하자’라는 말이다. 이것이 수학적으로 따지면 참 합리적이고 좋은 방식이긴 한데 자칫 잘못 사용하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즉 늘 합리적이지 만은 않다는 것이다. 즉, 상대를 ‘조금 더’ 배려하는 마음이 무시된 안 좋은 측면도 가지고 있다. 우리들은 살면서 내가 아는 상대에게 예의를 갖춰 접대(接待)를 하는 즐거움도 크고 때로는 접대를 받는 기쁨도 큰 것이다. 접대를 하는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나의 마음을 주는 즐거움이 크고, 내가 접대를 받는 경우에는 내가 상대방으로 배려를 받는 것 같아서 즐겁다. 그런데 만나는 사람마다 한 자리에서 즐겁게 음식을 먹고 즐기면서 매번 자기가 먹은 만큼만 자기가 지불한다면 가는 마음과 오는 마음의 크게 소통되도록 하는 것 같지는 않다. 나이가 높을수록 1/N 사용에 익숙하지 않다. 친구들을 만나건 혹은 손님을 만나건, 자리를 마무리하고 화폐를 지불해야 하는 자리에서 1/N을 하자고 말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내심(內心) 습관 탓이라고만 생각하지는 않는다. 1/N이 공정하고 합리적이라고는 생각하지만 그러나 때로는 그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 1/N이 나에게 편하니 상대도 편할 것이라고 판단하면 안 된다. 또한, 내가 만나는 사람마다 환경이 다르고 또한 돈으로 계산해야 할 몫과 마음으로 계산해야 할 몫은 다르다. 내가 상대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환경이었을 때 겸손(謙遜)만 갖추고 베풀 수 있다면 아름다운 모습의 삶이 되지 않겠는가 싶다. 그리고 마음이 빚을 많이 진 상대에게 단순히 물리적인 계산을 하는 경우에 1/N로 계산을 치를 수는 없을 것이다. 이쯤에서 실제로 있었던 예를 하나 들어보고자 한다. 불과 몇 개월 전 일이다. 동네 이웃집에 조사(弔事)가 있었다. 많은 주변 가족친지와 손님들이 방문하였고 그분들이 장례에 도움이 되도록 부조(扶助)를 해 주었다. 적지 않은 비용이 지출되었지만, 부조금(扶助金)으로 장례비용을 모두 지불하고도 약 7백만 원 이상의 현금이 남았다. 그런데 그 6형제 가족 중 막내며느리가 장례로 지불된 총비용을 형제 수(數)로 나누고 그리고 부조금을 6형제 각자의 연고관계를 찾아 받은 부조금을 형제별로 나누어 입출금을 하는 방식으로 정리하는 그야말로 신세대 계산법인 1/N을 사용한 것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합당하고 합리적인 셈법이다. 그러다 보니, 장례를 치르고도 7백만 원 이상의 돈이 남았지만, 두 형제는 몇 백만 원씩 돈을 찾아가게 되고, 또 사 남매는 돈을 오히려 내놓아야 하는 결과가 나왔다. 결국, 돈을 내놓아야 하는 출가외인 딸과 나이가 많은 형제 순으로 3명이다. 그 이유는 그들은 모두가 환갑이 넘은 버린 나이 탓에 그쯤 나이가 되면 친구 관계나 사회생활이 왕성하지 못한 탓에 부조금이 크게 들어올 환경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고 이 집이 과거 수십 년 전부터 무슨 일결 때마다 이런 식으로 1/N을 했던 집도 아니다. 70세가 다되어가는 형제가 '1/N'의 문제점을 설명해도 그 집의 며느리는 이해하지 못하였고 끝내는 가족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만들고 만 것이다. 이 집은 수십 년 동안 가족행사를 치르면서 내려오는 형제들의 숨겨진 가치가 존재하는 것이었다. 형제간에 누가 더 많이 누가 더 적게의 셈법이 아니고 큰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고 행사가 끝나면 자리를 즐겁게 마무리하고 경제적으로 비용이 부족하면 형제들이 각자의 형편에 따라 알아서 갹출하고 행사비용이 남으면 부모님에서 드리는 식으로 정리되었던 것이었다. 즉, 보이지는 않지만 가치가 있었던 것이다. 며느리는 표면적인 모양으로만 셈을 하려고 하여 결국 행사를 잘하고도 흠을 남기게 된 것이다. 우리가 1/N을 사용할 때는 단순히 가격(價格)을 나누는 데만 사용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이 집 며느리는 간과한 것이다. 내면에 오랫동안 공감되었거나 교류되어 온 마음의 가치(價値)는 ‘1/N'로 나누어질 수 없는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착각하기 쉽다. 1/N은 가격을 나누는 데 사용해야 할 뿐 가치를 나누는 자리에서는 사용하면 안 된다. 무엇을 나누기 위해 간편하다고 ‘1/N'만 적용한다면 삶이 황폐해지고 큰 실수가 일어날 수 있다. 우리가 공유하는 삶의 가치는 무게나 형태가 같다고 해서 그리고 화폐로 계상하는 방식의 모두 등가관계(等價關係)는 아니기 때문이다. ‘10만 원을 길 가다가 주운 사람과 긴 여름날 뼈아프게 땀을 흘리면서 10만 원을 창출해 낸 다른 한 사람’, 이 두 사람이 가지고 있는 화폐의 크기는 같지만, 가치의 차이는 비교가 안 되는 것과 같다. 지난 4월에 결혼한 딸이 다른 가정에 며느리가 되어 살기 시작했다. 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야 할 딸이 세상을 지혜롭게 살기 위해서는 교육이 필요하다. 학교 교육도 입시 위주로 되어 있어 문제가 있지만, 가정 교육 역시 부실하기 짝이 없다. 딸과 생활하면서 가정교육을 위해 조곤조곤 말해본 기억이 없다. 그래서인지 가족의 품을 떠난 딸에 대한 걱정이 크다. 그럼에도 딸이 ‘지혜로운 여자가 되는 바람’을 가져 본다. 지혜가 없고 지식만 있는 사람은 지식을 잘못 사용하면 독(毒)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지혜가 있는 사람이 지식을 사용하면 늘 만인을 이롭게 할 수 있다. 지식은 자주 주변과 마찰 또는 충돌을 일으키지만, 지혜는 주변과 조화를 만들어내고 좋은 기운을 배가(倍加)하게 된다. 지혜의 근원은 자신을 낮추고, 주변의 잘못을 용서하고, 자신의 언행이 주변에 거스름이 없는지 먼저 생각해 보고 언행(言行) 하는 것이다. 딸이 부디 1/N을 마음(心)을 나누는 데 사용하는 우(愚)를 범(犯)하지 않는 지혜로운 여자가 되길 바랄 뿐이다.
※ 이 글은 (사)대한민국가족지킴이(이사장 오서진)가 발간한 <월간 가족 제6호>에 실린 신용선 (사)한국제안공모정보협회 회장의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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