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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자기개발] 주식회사, 나 ! 등록일 2002.09.17 11:10
글쓴이 최상용 조회/추천 959/1
주식회사, 나 (뉴스메이커)

URL http://newsmaker.khan.co.kr/


1997년 2월 영국의 록 스타 데이비드 보위는 한 투자사의 도움으로 5천5백만달러 어치의 10년 만기 '보위채권'을 발행했다. 자작곡에 대한 로열티와 앞으로 열릴 공연 수입 등을 근거로 자신을 금융 시장에 내놓은 것.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이 채권에 제너럴모터스(GE)와 같은 등급인 'A'를 부여했다. 이후 푸르덴셜보험은 이 채권을 전량 사들였다.

1999년 4월 28일 미국 최대의 인터넷 경매 사이트 'e베이'(www.eBay.com)에 이례적인 경매 물건이 하나 올라왔다. '인터넷 서비스 제공 업체에서 일하는 직원 16명 1팀이 단체로 이직하고자 함. 디렉터 1명(20만달러)-매니저 2명(18만달러)-행정 관리 직원 5명(15만달러) 등.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웹 시스템 개발 경험이 많음. 1년치 급여와 이적 보너스-연금-스톡옵션 등을 포함해 입찰 최저가 3백14만달러.'

스탠 데이비스와 크리스토퍼 메이어가 쓴 〈미래의 부〉에 소개된 두 가지 에피소드다.

보위채권은 인적 자본이 금융 시장에서 거래된 첫 사례라면, e베이의 경매 물건은 두뇌와 업적 등에 가격을 매긴 주목할 만한 사건이었다.

노동 시장의 주도권이 기업에서 직업을 구하는 '나'로 움직인다. 가치 자원을 가진 게 고용주가 아닌 나 자신이란 말이다. IMF 이후 5년. 평생 직장 개념이 무너지고 기업이 연봉제를 도입하면서 직장인 사이에 자신을 찾아 스스로를 브랜드화하는 바람이 일고 있다.

노동 시장 주도권 기업서 '나'로 변화 조짐
IT 전문지 기자 출신으로 정보보호 업체에 다니는 김승현 과장(31-마크로테크놀로지)은 얼마 전 선배와의 술자리에서 책 1권을 내밀었다. 지난 1년간 자신과 뜻을 같이한 팀원이 리포트 형식으로 낸 정보보호 정책과 동향 등을 묶은 책이었다.

자신의 일을 좀 구체화하려는 생각에 짬을 낸 게 어느덧 책 1권으로 브랜드화한 셈이다.
"2년 전 직장을 옮긴 만큼 다시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을 했죠. 그런데 제가 하는 일이 주로 언론을 상대하는 것이라 중요한 업무가 아니란 인식이 들기 십상이었죠. 성과를 시각화하기도 어려웠고. 고민하다 보니 업계 동향이나 기술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료가 없는 겁니다.

'그래 여기서 나를 찾자'고 결심했죠. 힘들었지만 반응이 좋아 저희를 벤치마킹하는 기업도 나타났어요."
직장생활 6년 만에 김 과장이 찾은 건 자기의 영역에서 예전 능력을 활용한 리서치 업무였다. 조만간 정식으로 해킹 관련 책을 낸 뒤 리서치 전문가로 일어서겠다는 그는 회사가 구조조정 중이지만 불안하지 않다고 한다. 설령 직장을 그만두는 일이 있더라도 자신을 경영할 방법을 찾았기 때문이다.

외국계 음반사에서 4년간 회계 업무를 한 김미현씨(30)는 곧 호주 유학을 마치고 귀국할 예정이다. 그의 마음은 요즘 기대 반 설렘 반이다. 귀국 이후 딱히 직장이 정해진 것도 아닌데 무엇이 그를 들뜨게 했을까.

"예전엔 영어를 못하니 열심히 해도 업무가 제한될 수밖에 없어 늘 열등감에 시달렸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퇴직금을 털어 별 대책 없이 3년 전 호주로 떠났죠. 처음엔 영어 공부만 좀 하겠다는 마음에 오래 있을 생각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기왕에 나온 거 잘하진 못했지만 익숙한 걸 하자'며 다시 회계 분야를 파고들었죠. 말도 제대로 못하니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그래도 하고 싶은 걸 하니 즐거웠어요."

자신감을 되찾은 그는 '외국 물 좀 먹었다'는 유치한 생각에 젖어 남보다 좋은 직장에 가겠다는 마음이 없다고 한다. 자신이 찾은 게 남과 경쟁이 아닌 예전의 나와 비교해 능력을 많이 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입 증대 활동하는 '투잡스족'과 달라
푸르덴셜생명에서 '라이프 플래너'란 이름으로 보험 영업을 하는 이준성씨(31)도 나를 브랜드화하는 자기 경영에 열심이다. 유명 대학 공대를 졸업하고 외국계 컴퓨터 회사에서 기술 영업을 한 그는 2년 전 진로를 바꿨다.

"보험 영업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이 많아 주위의 만류가 상당했죠. 그런데 전 좀 달랐어요. IT 쪽보다 자산 관리 분야가 각광받을 것이란 생각에 뿌리치고 나왔죠. 지금보다 편하기도 했지만 단조롭게 사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이씨는 자산 관리 전문가가 목표다. 그래서 지금 일이 즐겁다고 한다. 조만간 자산관리와 관련해 체계적인 공부도 할 생각이다.

직장인들의 '나' 브랜드화 바람은 수입 늘리려고 다른 직업을 갖는 투잡스 족과는 다르다. 최근 불어닥친 창업 열풍과도 차이가 있다. 당장의 수입보단 자기 영역에서 진정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를 찾아 전문가로 서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기 속의 나를 발견하고 자신을 경영하는 '주식회사 나'를 세우는 작업이다.

그래서 자기 경영에 열심인 이들은 시간을 쪼개 학원에 다니거나 각종 세미나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각 경제 연구소에서 발행하는 보고서를 꼼꼼히 챙기고 인터넷을 통해 이름을 알리는 일도 한다. 한 발 더 앞선 이들은 책을 쓰거나 신문-잡지 등에 기고하면서 전문성을 가꾼다.

"어떤 분야든 잘 할 수 있는 걸 추구해야"
엔터비전21이란 인터넷 기업에서 기획 관리 책임을 맡은 장은석씨(35)가 틈틈이 각종 협회의 강의나 세미나를 좇아다니는 것도 자기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다.

"이직, 창업 등 숱한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이제 내가 다르게 잘 할 분야에 눈을 뜨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고 휴가도 못가 섭섭하지만 그동안의 경험-인간관계를 자산으로 자기경영에 충실할 겁니다. 지금 저의 주제는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할까'입니다."

성공학 전문가들은 나를 브랜드로 한 주식회사를 만들 시대가 왔다며 자신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구조조정해 나은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 문화에 자율이나 창조성을 강조한 바람이 스며든지 오래고 예전에 무시됐던 개성, 상상력은 물론 광기마저 주목받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톰 피터스는 〈내 이름은 브랜드〉라는 책에서 '직업인으로서의 개인'에게 메스를 들이댔다.

"...이름 없는 직장인으로 살지 않고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드러낼 수 있는 기회. 이를 위해선 자세를 바꿔야 한다. 자신을 ○○회사에 다니는 직원이라고 생각지 말고 ○○회사와 거래하는 독립 계약자라고 생각하라. 자신의 기술을 바탕으로 늘 발전을 추구하는 삶, 즉 자립적인 '브랜드 유'(Brand You)로 거듭나야 한다. 브랜드 유는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 이름이다. 브랜드 유는 회사에 충성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일에 충성한다..."

"남과 다르게 할 수 있는 재능 발견을"
성공컨설턴트들은 "전통적 의미의 직장인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스스로 CEO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라"고 주문한다. "'내가 아침에 일어나 하고 싶은 일이 있는가'라고 물어 보라.

돈-명예 등 세속적 성공을 '성공'이라 말하지 않는다. 어떤 분야든 잘할 수 있는 걸 추구하는 게 성공하는 길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걸 위해 매일 1~2시간씩 투자해보면 내가 뭘 해야 할지 알게 된다. 자기 혁신은 여기서 비롯된다."

일에 즐거움이 없다면 고통스럽다. 조직의 나사와 톱니바퀴에 불과하다는 자괴감에 빠지고 직장과 일이 아닌 것에서 대안을 찾는다. 몸은 회사에 있지만 마음은 살길을 찾아 인터넷 속 증권가를 헤매고 전직과 창업, 자격증의 언저리를 방황한다. 전문가들이 자신의 기준을 세우고 스스로의 영역을 규정해 새 직종을 만들라는 건 이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미용사란 말보다 '헤어디자이너'라는 단어가 한글의 영문 번역이 아니라 미용 개념을 바꿔놓은 것이라고 한다. 어떤 사람은 요리사에 머물고 어떤 이는 자신을 '요리연구가'라 부른다. 또 어떤 사람은 사진기사지만 다른 이는 사진예술가가 된다. 그만큼 차이는 분명하다.

일찌감치 마케팅 전문 컨설턴트로 자신을 브랜드화한 새미래인사이트 대표 서정희씨(50)는 "샐러리맨은 신나게 사는 '끼'를 길러야 자신에 맞는 브랜드를 개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남보다 우월한 것보단 다르게 할 수 있는 자신의 재주를 발견하고 가꿔야 나 브랜드를 개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성공을 말하는 이들은 나를 찾지 못한 사람에게 이렇게 묻는다. "어째서 내가 아닌 곳에 모든 걱정과 노력과 힘을 쏟으려고 하는가. 잘 돼봐야 겨우 다른 사람을 좇는 것일 텐데 과연 그 노력의 대가가 주어질까"라고.●

박길명 기자 my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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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내세우는 걸 두려워하지 말아야죠"
KTF 인사팀 김영진 과장의 '나 경영' 스토리

인사팀에서 일하는 직장인의 이미지는 어떨까. 하얀 와이셔츠에 숨막힐 듯 조인 넥타이, 그리고 뭔가에 닫혀 있을 듯한 깐깐한 인상. 그를 만나기 전엔 이런 류의 이미지를 떠올렸다.

하지만 KTF 인사팀 김영진 과장(35)은 이와 달리 캐주얼한 차림에 자유로운 모습이었다. 회사가 사복을 권한다는 말에 덧붙인 몇 마디 속에서 이내 그가 열린 사고로 자기 경영에 열심인 직장인이란 걸 알아 챌 수 있었다.

김 과장은 몇 년 전부터 자신을 인사 전문가로 브랜드화하기 위해 여러 협회에서 실시한 인사노무 교육을 빼놓지 않고 들었다고 한다. 그 결과 그는 자기 일을 즐기는 직장인이라는 것과 한국인사관리협회-한국능률협회 등 여러 교육기관에서 인사노무를 강의하는 인기강사란 브랜드를 얻었다.

"4년 전 캐나다로 이민을 간 한 선배 얘기가 계기가 됐죠. 선배 말에 따르면 이민 심사 서류에서 10점 만점을 받은 항목이 있었는데 그의 전직이 인사 담당자였다는 게 이에 해당했답니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인사 담당 부서는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대서방'이라고 불렸는데 정말 뜻밖이었죠. 인사를 전문 기술직과 같은 수준으로 대우한 걸 보고 '지금 하는 일에서도 충분히 나의 가치를 높일 수 있겠구나'란 자신감이 솟아 오른 거죠."

이 무렵부터 그는 자신의 일에 애착은 물론 재미를 한껏 느꼈다고 한다. 언젠가 찾아 올 기회를 위해 밤낮없이 준비했고 인간관계 폭도 넓혔다. 그렇다고 딱딱하게 여겨지는 인사 노무관리 책에만 매달린 건 아니었다.

시사-상식을 쌓기 위해 각종 인쇄 매체를 스크랩하는 것도 놓치지 않았다. 공부하는 재미를 높이기 위한 것도 있지만 훗날 강의를 하게 될 경우 다양한 사례를 섞는다면 듣는 이들 역시 흥미를 돋울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한참 준비하던 중 2년 전 한 협회로부터 저에게 인사전문 분야의 강사를 소개해 달라고 문의가 왔어요. 그래서 그랬죠. 제가 직접하면 어떻겠느냐고요. 명쾌하게 설명해줄 자신감이 생겼던 겁니다.

인사 실무자로서 산 지식을 전해주고 싶은 마음도 들었고요. 인사 업무가 성격상 폐쇄적이잖아요. 하지만 전 강의를 할 때 제가 가진 걸 다 풀어놓습니다. 여기서 풀 건 제가 다 아는 것이라 다시 다르게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파고 들면 됩니다."

이런 노력이 밑천이 돼 그는 최근 직장인을 상대로 한 사이트에서 인사 전문 사이버 강사로 영역을 넓혔다.
외부 강의한다고 상사의 눈총를 받진 않을까. 김 과장은 그런 걱정은 할 필요없다고 한다.

지금 하는 일이 회사 업무를 결코 비껴가는 게 아니고 회사 홍보에도 적잖은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 강의나 원고 쓰는 일이 힘들고 수입에도 별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그는 자칫 떠나야 할 일이 닥쳤을 때 나의 가치를 알아주고 나를 펼 수 있는 곳에 얼마든지 도전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자신에 대한 투자나 희생도 따라야겠지요. 하지만 무엇보다 인간관계가 자기 경영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또 나를 내세우는 걸 두려워하지 말아야죠. 자신에 대해 준비하다 보면 기회는 반드시 오고 그 속에서 나를 펼치면 됩니다. 남이 보기에 하찮다고요? 내가 좋아하는 일에 파고드는데 무슨 상관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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